한국 도로에서 자율주행하는 차는 테슬라 밖에 없는가?
KBS 시사기획 <창>에서 "테슬라, 베타버전의 질주"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2020년 7월 20일에 방영했다. 테슬라 모델3 오너로서 매우 관심있게 방송을 보고 난 후의 소감을 정리해봤다.
1. 조향장치
2020년 6월 경기 시흥의 한 고속도로에서 겪었다는 오토파일럿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박은 사고. 사고를 당한 차주분은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서 저렇게 방송에까지 나와서 하소연을 하시겠지만, 사실 테슬라 모델3 운전자로서 오토파일럿을 7개월 넘게 이용해본 이로서 이해가 어려운 사고다.
이 사고 당사자분이 테슬라 카페에 게시물로 처음 올렸을 때, 카페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사고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차선이 분명하게 있는 경우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평소 중앙분리대와 같은 차벽을 잘 인식한다고 다들 경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쓴이도 이 문제에 대해서 오토파일럿의 오류 가능성이 제로라고 말할 수가 없다. 테슬라 운전자 치고 '왜 이때 이렇게 반응했을까?'라고 의아해할만한, 오토파일럿을 쓰면서 깜짝깜짝 놀랐던 경험들이 한두번 이상은 있었을 것이다. 그 중 공교롭게도 큰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자율주행 오류와 문제 경험은 테슬라 뿐만 아니라 타 제조사 자율주행 기능 자동차에도 있는 문제일 것이다.
여튼, 운전자의 조작미숙이나 과실이었는지, 아니면 오토파일럿의 에러였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라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단정적으로 오토파일럿의 에러라고 단정을 짓고 있다. 9명의 전문가들이 나왔다고 하는데, 이런 사고는 블랙박스와 EDR만 보고서는 결론내리기 어렵다. 테슬라 본사에서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를 보고해야하는데, 단정적으로 방송에서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답정방송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글쓴이의 경험상 오토파일럿, 특히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매우 안정적이고 편리하고, 가끔은 사람이 수동운전으로 해서는 피할 수 없었던 사고도 피해주는 경험을 한두번쯤은 하고, 유튜브나 카페에 올라오는 오토파일럿이었기에 사고를 면한 사례는 훨씬 더 많다. 오토파일럿의 현재 한계도 있지만, 이미 우리의 기대 이상으로 작동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오토파일럿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이 방송은 '오토파일럿 = 도로 위의 위험천만한 사고 유발자'라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기술인 것은 맞지만, 이미 사용되었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했던 수많은 사고 예방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막 도입되어 장점과 사고를 면한 경우가 9나 8이고 단점과 사고가 1이나 2라면, 그 1과 2 때문에 수많은 장점과 안전을 포기하거나 발전의 뒷목을 잡아야할까? 향후 몇년 간의 과도기를 거쳐서 이 장점과 완성도가 9.5나 9.9에 가까워질 수 있는 기술이기에, 좀더 격려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자동차 뿐만 아니라 도로와 차선, 지시선을 더 개선하고 안전 조치를 취하려고 사회적으로 나선다면 훨씬 안전한 자동차 생활이 될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한 20년 후쯤 되면 "2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직접 운전을 했단 말이야? 교통사고률도 어마어마했었군. 한문철TV라고 교통방송 전문 유튜브 방송도 있었다네. 세상에!" 아마 이런 시대가 오지 않을까?(글쓴이는 한문철TV를 하루 1시간 정도 보는 팬이다)
2. 제동기능
타이완의 고속도로에서 가로로, 흰색 지붕을 가지런히 내놓고 누워있는 트레일러를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뚫려있는 길이라고 인식하고 들이박은 사고. 이 사고 때문에 오토파일럿의 한계가 들어난 게 사실이다.
흰색 차량 지붕을 드러내놓고 가지런히 누워있는 장애물을 사전에 머신러닝하지 못한 한계인 걸까? 수천만가지의 경우의 수를 미리 다 곱해서 머신러닝인지 딥러닝인지를 한다면서도, 이 정도도 미리 예상하지 못했나하는 지적도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더욱 더 과신하지 말고 항상 조심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이라는 이름의 기술을 내놓은 자동차 회사가 테슬라 밖에 없다면 이 방송은 그러려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해외의 거의 모든 자동차회사들이 자율주행이라는 기술을 내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테슬라 외의 다른 차들의 자율주행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방송은 불공정하다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 글쓴이가 너무 단정 짓는 게 아니냐고? 이는 테슬라의 자율주행과 제동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이 방송의 불공정성 보다는 더 공정하다..
테슬라가 이러하다면 다른 회사의 자동차들은 어떨까?
해외 유명 자동차 테스트 기관에서 내놓은 성적표들은 모두 테슬라의 자율주행 제동기능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해왔다. 그렇다면 테슬라가 이 정도 수준인데, 테슬라 외의 국내에서 자율주행 기능을 보이고 있는 다른 차들은 어떠한지도 같이 테스트해야하는게 아닐까? 그래서 다른 차들도 이러한지, 더 못한지, 아니면 유독 테슬라만 이 제동기능에 취약한지를 얘기해줘야한다. 우리나라 도로를 돌아다니는 자동 제동기능이 있는 차가 테슬라만 있는게 아니니, 이 기능으로 운전하는 다른 운전자에게도 정보와 경고를 줘야한다. 오직 테슬라 운전자들만 자율주행을 맹신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운전해야하는 것일까?
만약 이 시사방송에서 통상적으로 어떤 점을 잘 한다고 여겨지는 그 정당이 오히려 생각지 못한 그 장점의 반대쪽 단점을 드려내고 비난한다면, 그 대척점에 있는 다른 정당은 그 문제가 없는지 다루지 않으면 방송의 정치적 편향성에 때문에 난리가 날 것이다. 아이폰의 페이스아이디가 문제라고 지적할 때 삼성 스마트폰의 안면인식 기능은 어떤지 대조 실험을 안하는 것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얘기 들을 일이다. 공영방송에서는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을 지켜서 분석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3. 조립과 도장
이 부분은 글쓴이도 매우 테슬라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비록 글쓴이는 뽑기를 잘 했는지, 아니면 단차나 도장 불량이 있어도 문제라고 느끼지 못한 터프함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운전하는데 특별히 문제가 아닐 수 있는 단차와 도장 불량과는 달리 이번에 발견된 나사 빠진 사례는 치명적이며, 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해명하고 재발방지를 하지 않는 테슬라라는 회사에 대해 무척 실망스럽다. 아니 원래 테슬라는 이런 문제에 저렇게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그냥 넘어가는 태도가 원래 그러니 이번에도 그러겠지라고 생각할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매우 유감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국내 자동차 회사와 다른 수입차들은 무결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테슬라가 그 정도가 심하다는 감 만 있을 뿐, 이것이 편견인지, 다른 차들도 알고 보면 그 정도는 있는지 일반적인 구매자들은 알 수가 없다. 2020년 이 시점 동기간에 국내 모든 차를 다 타본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은 이 부분도 타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편집에서 잘라냈어야하는게 아닌가 싶은 "현대 같았으면 이런 차는 출고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 여과없이 나온다. 이 정도면 간접 광고 아닌가? 오히려 이 멘트를 부각시키려고 한 것은 아닐까라고 글쓴이처럼 의심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사실, 이 방송이 예고되었을 때부터 'KBS가 국내 모 자동차 회사의 광고 수주하려고 애쓰는 거 아니야?'라고 의혹의 시선을 던진 이들이 있을 것이다. KBS가 억울할 수 있겠지만, 아이폰과 갤럭시의 초기 시대에 국내에 아이폰 새 버전만 나오면 아이폰 망했다면서 갤럭시 스마트폰을 광고하듯 똑같은 기사를 쏟아내던 때에 '삼성 광고 유치에 급급한 국내 언론사들이 삼성 스마트폰을 떠받들 수 밖에 없는 걸까라며 씁쓸해하던' 소비자라면,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한 이야기만도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다.
쉽게 이런 지적이 나올 판국에, 왜 KBS는 공영시사방송이 지녀야할 최소한의 균형감각도 발휘하지 못하고 '테슬라 때리기'라고 오해(?) 받을 만한 방송을 했었어야했을까?
4. 한미FTA의 보호막
이 부족한 베타버전이 버젓이 한국에서 운행될 수 있는 것은 한미FTA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 내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으로 인한 사고가 몇 건인지, 국내 최대 방송사이자 공영 방송사인 KBS가 이를 조사하는 것이 어려웠을까? 테슬라 총 출고 대수 대비 자율주행으로 발생한 사고건수와 다른 자율주행 가능 차의 사고률을 비교하는 것이 어려웠을까? 이를 비교해서 객관적으로 테슬라의 자율주행 사고가 타 제조사의 그것 보다 더 높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타당한 지적 아닐까?
대한민국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오직 테슬라 밖에 없는가? 자율주행의 안전을 테스트해줄 국내 안전기준은 있는지, 있다면 미국 FTA에 적용을 받지 않는 다른 자율주행 자동차의 실태는 어떤지, 그 자율주행 기능은 국내 안전기준에 합당한지에 대해서는 왜 조사하지 않는가?
'테슬라 너를 내가 오늘 잡아 족치겠다'는 '답정방송'이라는 비판에 자유로울 수 있는가?
5. 테슬라의 입장
테슬라, 특히 테슬라코리아의 고객을 대하는 태도는 글쓴이도 매우 불만이다. 세계에서 가격 대비 가장 멋진 차, 가장 똑똑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 맞지 않는, 매우 오만하면서도 허술한 고객지원 정책(?)을 가졌다는게 믿기어지지 않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면이 많다. 실제로 아주 작은 문제라도 공식 AS를 받기 위해서는 최소 1개월에서 3개월도 그냥 예약 대기를 타야한다. 큰 문제인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것도 오래 걸린다.
등록대수 1만대가 넘었다면 매출도 엄청나게 올렸으리라. 그러나 그에 걸맞는 고객정책으로 개선되었다고 들어보지도 못하고 실감하지도 못한다. 이에 대해 '컴플레인하지 않는 한국 같은 국가에 하품을 보내주는 것 같다'고 얘기하는 또 한번의 테슬라 까기로 들리는 전문가의 주장은 설마하면서도, 왠지 신빙성 있게 들린다. 하지만 해외 유튜버들의 테슬라 마감 품질 지적 영상을 보면 한국 내 테슬라 문제 만은 아닌 것 같다.
6. 애증의 테슬라
이 방송 직후 테슬라 카페의 분위기는 이런 것 같다.
- 자율주행의 오류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적으로 테슬라가 나쁜 자율주행 성능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경우가 더 많다.
- 또 이미 이 자율주행은 완벽한 것이 아니며, 충분히 기능에 대해 숙지하고 항상 손을 핸들에 올려두면서 만약의 경우 즉시 수동운전으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토파일럿 헬퍼'라는 이름의 사실상 오토파일럿 속임수 도구에 의지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이번 방송에 출연한 차량도 이 오토파일럿 치트를 사용한 차량이었다.
- 하지만, 사실상 경험해보면 어떤 제조사도 따라올 수 없는 자율주행이라며 커버칠 수 만은 없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KBS가 핀트를 잘못 맞춘 오버를 하긴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기회에 테슬라코리아가 정신 차려야한다는 지적도 많다.
그 이유는 단차 등의 마감 불량 문제, 그리고 나사가 빠지는 엄청난 큰 문제 등 불량한 품질이 나타나고 있고, 이에 대해서 부실하게 대응하는 테슬라 측에 대해서는 몹시 유감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이 정도 밖에 못한다고 생각해줄 때도 있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꽤나 벌만큼 벌었는데, 그 정도 벌어들였으면 이제 고객들한테 그에 걸맞는 대우가 필요하다.
7. 테슬라 자율주행에 대한 실제 오너들의 반응은 어떨까?
글쓴이는 방송 전날에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에 대한 만족도와 안전신뢰도를 묻는 설문이었다.
- 만족도 10점 만점에 10점을 준 것이 절반에 가까운 46.4%, 8~9점 만족이 45%, 6~7점 보통이라는 응답이 9% 정도. 6점 밑으로 점수를 준 경우는 없었다.
- 안전 신뢰도는 10점 만점에 10점이 21.7%, 8~9점 만족이 62%, 7~5점 보통이라는 응답이 16% 정도다. 5점 밑으로 점수를 준 경우는 없었다.
- 반면에, 국내 다른 자동차의 자율주행 안전신뢰도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에 대한 질문에 부정적인 1~4점이 무려 61%나 되고, 8점 이상이 13% 밖에 안되었다. 테슬라 외의 해외 자동차의 안전신뢰도도 거의 이 정도로 나빴다.
- 가까운 지인이 자율주행차를 산다고 할 때 어떤 제조사 차를 추천하겠냐는 질문에는 100% 모두 테슬라 차를 추천하겠다고 답변했다.
- 만약 정부에서, 완전자율주행 옵션 FSD에 대한 비용을 환불처리하면서 제한하는 조치를 한다면 반대한다는 의견이 77.8%나 나왔다.
'그 제품 쓰는 사용자들이 다들 좋게 평가해주겠지'라고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쓰고 있는 제품을 타인에게 100% 추천하고, 만족도와 안전신뢰도가 저렇게 높은 것은, 제조사가 획득하기 매우 어려운 소비자 경험이다.
8. 최근 한국 언론의 테슬라 공격이 붐을 이루고 있다.
2020년 상반기 전기차 신차 등록대수에서 모델3가 6839대로, 2위 현대 코나 4078대를 훨씬 앞질렀다는 기사, 상반기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벤츠 E시리즈, BMW 5시리즈에 이어서 모델3가 3위를 기록해서 폴크스바겐, 아우디, 볼보도 제쳤다는 기사가 7월 초에 나온 이후, 7월10일 경부터 일제히 테슬라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하는 언론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테슬라 주가가 최고가를 치는 터라 더더욱 테슬라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는 때 부정적인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갑자기 테슬라가 국내에서만 품질이 나빠져서일까?
6월 중순 레이 급발진 논란 사고, 7월 초 펠리세이드 급발진 논란 사고, 그리고 수산화알뤼늄이 실내에 날렸던 에바가루 문제, GV80 디젤 진동 문제와 이로 인한 엔진 교체/출고 중단 건이 이슈화될 때, 현대자동차가 이대로 부정적인 여론에 말려들지는 않겠지, 대기업으로서 가난한 우리의 언론을 통해서 뭔가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던 때, 테슬라 까기가 한국 언론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그냥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뿐일까? 혹자는 이후 7~8월에 KBS 2TV의 광고에서 현대자동차 광고 물량이 얼마나 늘었는지 보면 재미있겠다고 하는데, MBC나 SBS의 동향과 비교해서 유독 KBS만 늘었다고 하면 재밌는 현상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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